노무현 대통령 2004년, 예정없이 이라크 자이툰 부대 방문

한 장병이 '한번 안아보고 싶습니다' 하자 함박 웃음으로 안겼던 노 대통령 그리고 눈물

신대식 기자 | 기사입력 2020/05/24 [00:21]

노무현 대통령 2004년, 예정없이 이라크 자이툰 부대 방문

한 장병이 '한번 안아보고 싶습니다' 하자 함박 웃음으로 안겼던 노 대통령 그리고 눈물

신대식 기자 | 입력 : 2020/05/24 [00:21]

 

  <인뉴스TV/신대식 기자/사진=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故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인 23일, 생전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었던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대표적인 이야기 하나를 되새겨본다.

 

지난 2004년 12월8일 오전 7시 20분께(현지시간), 이라크 아르빌의 자이툰부대에 도착한 노 대통령은 맨 먼저 지휘통제실을 찾았다.

 

노 대통령은 황의돈 사단장으로부터 현황을 보고받고 “잘 한다는 소식은 계속 듣고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고 방문 이유를 밝혔다. 

 

자리에 함께 한 한 지휘관이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알기로는 베트남전 파병 때는 대통령이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하자 노 대통령은 “그때도 우리 대통령들이 다 바빴지요?”라고 반문한 뒤 “하필 베트남전을 얘기하는 바람에 말하기 곤란해졌다. 방문하는 게 도리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오전 8시께, 부대 안에 있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기다리고 있던 420여 명의 장병들은 일제히 일어나 함성과 함께 박수로 노 대통령 일행을 맞이했다. 

 

배식대에서 직접 식판을 들고 밥과 반찬을 담던 노 대통령은 “배추는 서울에서 직접 가져오느냐”고 묻는 등 각별한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식사 메뉴는 쇠고기 무국, 갈비찜, 배추 겉절이, 나물, 오징어볶음 등이었는데 노 대통령은 배식판에 밥과 반찬을 가득 담고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 것 같다. 이걸 언제 다 먹겠나”라고 말하면서 병사들 사이에 앉았다. 

 

식사를 마치고 사회자가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은 말을 하라”고 하자 여군인 김세령 중사가 일어나 “대통령을 직접 만나게 돼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 것보다 더 영광이다. 실제로 보니 훨씬 잘 생겨 가슴이 떨린다”고 말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여러분과 밥을 함께 먹으면서 표정을 보니 다시 군대에 입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생활 할 때 하루하루가 지겨웠지만 사회생활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이 군대에서 고생할 때였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남은 문제는 대통령이 잘 해달라는 것인데, 잘하고 싶은데 하도 별로라고 타박을 어떻게 주는지 마음이 씁쓸했던 게 사실이다. 나도 잘 하겠다”고 말해 장병들의 함성과 박수를 받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부대에 격려금을, 전 장병에게 검은색 가죽 반지갑 3800개를 선물했는데 지갑 안쪽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 권양숙’이라는 글씨가 금박으로 새겨져 있었다. 

 

오전 8시55분께, 노 대통령은 ○○민사여단 5중대 내무반을 시찰한 뒤 부대가 현지 주민들을 위해 운영 중인 자이툰 병원을 방문했다. 

 

노 대통령은 지프 차량으로 병원으로 이동하는 길에 한 장병이 대열에서 뛰쳐나와 “대통령님 한번 안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을 안고 한 바퀴 돌리자 환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사진)

 

노 대통령은 차량에 올라 장병과의 포옹한 것을 생각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편, 노 대통령의 자이툰부대 방문은 11월 25일 노 대통령의 지시로 추진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남미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권진호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에게 “유럽 순방 후 귀국 길에 자이툰부대 장병을 격려하겠다”며 구체적인 준비를 지시했다. 

 

NSC 사무처와 합동참모본부, 외교통상부, 대통령경호실 등은 극소수로 합동 준비팀을 구성하고, 자이툰부대 방문 계획을 준비했는데 코드명은 ‘동방계획’이었다. 

 

준비팀은 노 대통령이 대한항공 특별기편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곧바로 아르빌 공항으로 가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아르빌 공항의 규모와 열악한 상황 때문에 이를 포기하고, 쿠웨이트나 터키를 경유하는 방안을 검토한 끝에 쿠웨이트 경유로 최종 결정했다고 전해진다. 

 

아르빌 공항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고, 야간 관제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노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일정이 도중에 변경된 것이다. 

 

노 대통령이 아르빌 공항에 아침 시간에 도착할 수 있도록 쿠웨이트 도착 시간을 오전 5시로 정해놓고 프랑스 출발 일정을 조정했는데, 이로 인해 파리에서 떠나는 시간이 당초 7일 오후 4시에서 오후 8시로 4시간 늦춰졌다. 

 

일정이 조정됨에 따라 노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4시간을 더 머물게 됐고, 이에 따라 프랑스 상원의장 면담과 루브르박물관, 퐁피두센터 방문 일정이 추가되기도 했다. 

 

정부는 고위급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 정부에 노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 사실을 사전에 통보했으며, 이라크 현지의 다국적군 사령부에도 이를 통보했다. 

 

이라크 과도정부에는 노 대통령이 이라크 상공을 벗어난 직후인 8일 오전 11시40분께, 임홍재 주이라크 대사가 사드 알 하야미 이라크 외무장관 대리에게 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는 것으로 방문 사실을 알렸다. 

 

노 대통령이 C-130 수송기를 타고 이라크 상공을 비행할 때에는 미 공군이 엄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대식 기자/innewstv@i-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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