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내리는 커피는 어떤 맛일까?

로봇 바리스타, 실제 카페에서 활약

윤원태 기자 | 기사입력 2020/01/09 [14:47]

로봇이 내리는 커피는 어떤 맛일까?

로봇 바리스타, 실제 카페에서 활약

윤원태 기자 | 입력 : 2020/01/09 [14:47]

 

로봇 바리스타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손놀림으로 커피를 내린다. 머리에 디저트를 인 로봇은 지정된 자리로 디저트를 서빙한다. 사람보다 빠르게 말차를 물에 개는 로봇도 있다. 사람이 아닌 로봇이 음료를 만드는 카페를 찾았다. ‘로봇이 내리는 커피는 어떤 맛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서.

▲ 로봇이 사람과 협업하는 공간이 늘고 있다. 


“잉치키 잉치키” 로봇이 커피를 내리는 세상

손맛을 요하는 외식업에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몇 년 전 미국 실리콘밸리에 로봇이 활약하는 스마트 식당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어느새 국내에도 로봇이 일하는 카페와 식당이 늘고 있다. 지금은 대부분 사람이 프로그래밍한 동작을 반복하는 정도이지만 향후 인공지능(AI)의 하나인 머신러닝(기계학습)과 딥러닝(심층학습)을 접목하면 개인의 취향을 파악할 정도로 진화할 것이란다. 로봇 바리스타가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샷을 추가할까요?”라고 묻는 식이다.

 

로봇이 일하는 가게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외식업계는 가게 운영의 효율성은 높아지고 인건비는 낮아지며 미래지향적인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봇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만 빼만 가능한 예견이다. 로봇은 24시간 일해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자랑하며, 사람이 지루해하는 단순 노동을 군말 없이 대신한다. 가게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색다른 볼거리다. 사람들은 로봇이 열일하는 모습을 사진 찍고 SNS에 업로드하며 신문물과의 만남을 즐거워한다.

▲ 핸드 드립 커피를 추출하는 로봇 바리스타 


남산 카페에서 일하는 로봇, 커피드 메소드

로봇 바리스타, 빌리는 에스프레소머신 앞에서 제자리를 지킨다. 커피 주문이 들어오면 사람의 팔을 본뜬 빌리의 팔이 정확하고도 날쌔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빌리가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드는 시간은 대략 1분 7초. 원두 그라인딩부터 탬핑(tamping·에스프레소 추출기에 넣은 커피 가루를 압력으로 다지는 일), 에스프레소 추출, 샷 글라스 세척과 건조, 커피 찌꺼기를 버리는 뒷마무리까지 스스로 해낸다. 일당백 로봇 바리스타가 근무하는 곳은 남산서울타워 서울타워플라자 4층 ‘라이언 치즈볼 어드벤처’ 내 카페 ‘커피드 메소드’다.

▲ 사람 바리스타의 행동을 습득해 커피를 만드는 로봇 바리스타 ‘빌리’ 


빌리의 작동 방식은 간단하다. 사람 바리스타가 빌리와 연결된 태블릿PC의 버튼만 누르면 설정된 프로그래밍에 따라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를 제조한다. 빌리는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드는 방식을 습득해 커피를 내린다. 컨디션에 따라 편차가 있는 사람과 달리 늘 일관된 맛을 유지하는 것도 장점이다.

 

빌리는 통유리를 사이에 두고 사람 바리스타와 협업한다. 에스프레소 추출과 그에 따른 전후 과정을 빌리가 전담한다면 그 외의 일, 즉 주문 처리와 손님 응대, 우유나 휘핑크림 추가 등 후속 과정은 사람 바리스타가 담당한다. 명확한 역할 분담이다. 사람 바리스타 입장에서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처럼 주문이 많은 때에 빌리가 아메리카노를 만들어주니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

 

그럼 빌리가 만든 커피의 맛은 어떨까? 빌리에게 커피를 건네받은 손님들은 대체적으로 ‘부드럽고 깔끔하다’고 말한다. 산뜻한 향미에 목 넘김이 부드러워 마시고 나면 입 안에 청량감만 남는다. 빌리, 커피 내리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빌리가 몸담은 카페는 2019년 5월 말 문을 열었다. 화이트톤 인테리어에 초록 식물로 장식해 세련된 분위기다. 서울 대표 관광지인 남산서울타워 서울타워플라자에 자리한 만큼 다양한 연령대가 찾고 외국인 방문객도 많다. 이를 고려해 2인석, 4인석은 물론 1인석과 12인석 테이블까지 고루 갖췄다. 명당은 통창 너머 서울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는 1인석. 서울의 아름다움에 한 번 반하고, 로봇 바리스타의 손맛에 또 한 번 반한다. 참고로 남산서울타워는 하부의 서울타워플라자와 상부의 N서울타워로 나뉜다.

 

빌리를 만난 후에는 라이언 치즈볼 어드벤처도 들러보자. 라이언 치즈볼 어드벤처는 카카오IX의 스낵 브랜드 ‘선데이치즈볼’을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실내 가상현실(VR) 어드벤처 파크다. 4개 테마 공간으로 나뉘는데, 선데이치즈볼의 탄생 과정을 VR과 탈것으로 즐기는 ‘어트랙션 존’, 라이언 치즈볼 어드벤처 단독 MD상품을 선보이는 ‘선데이치즈볼 box’가 볼거리다.

 

핸드 드립 커피의 낭만을 아는 로봇, LOUNGE’X(라운지엑스)

핸드 드립 커피는 수고롭다. 원두를 적당한 입자로 분쇄한 뒤 커피 가루를 드리퍼에 붓고, 끓기 직전의 물을 천천히 원을 그리며 붓되 얼마간 뜸도 들여야 한다. 2019년 6월 문을 연 LOUNGE’X(라운지엑스)의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는 이 수고로움을 자처하는 핸드 드립 커피 전문가다. 손님이 ‘로봇 드립’ 메뉴를 고르면 직원은 원두만 분쇄할 뿐 그 뒤는 모두 바리스의 몫이다. 원두 그라인딩부터 커피가 완성되기까지의 시간은 5분 정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핸드 드립 커피를 바리스가 전담 마크하는 덕에 직원은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 핸드 드립 커피를 추출하는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  


핸드 드립 커피의 매력은 커피가 추출되기까지 약간의 기다림이 안겨주는 설렘과 낭만에 있다. 바리스는 핸드 드립 커피를 주문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린다. 로봇이라고 속전속결로 커피를 내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바리스가 커피를 추출하는 시간은 3분 남짓, 사람과 비슷하다. 숙련된 바리스타가 드립하는 방법을 바리스는 그대로 학습했다.

 

바리스가 대견한 점은 커피 원두의 종류에 따라 물을 붓는 방식, 물줄기의 굵기, 물의 양과 온도 등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사람 바리스타가 수많은 시도 끝에 찾아낸 원두별 최적의 드립 방식을 바리스에게 입력했기 때문. 가령 ‘인도네시아 골리앗 롱 베리’ 원두는 얇은 물줄기를 가운데서부터 시작해 나선형으로 천천히 붓는다. 강배전 원두 특유의 묵직하고 스모크한 맛을 살리기 위해서다. 로봇 드립 메뉴 중 라운지엑스의 시그니처 메뉴이기도 한 ‘파나마 레리다 게이샤 워시드’ 원두를 고르면 꽃을 그리는 듯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물줄기로 꽃을 수놓듯 커피 가루를 고루 적시며 원두의 복합적인 맛을 끌어낸다. 바리스의 노동은 커피를 마시는 순간 빛을 발한다. 인도네시아 골리앗 롱 베리 커피는 진하고 무게감 있는 맛 위로 다크 초콜릿을 닮은 달콤한 향이 일렁인다. 파나마 레리다 게이샤 워시드 커피는 꽃처럼 화사한 향을 내뿜으며 입에 감미로운 여운을 남긴다.

▲ 팡셔틀이 직원이 입력한 좌석으로 디저트를 운반한다.


바리스와 함께 일하는 서빙 로봇 ‘팡셔틀’도 빼놓을 수 없다. 직원이 태블릿PC에 좌석 번호를 입력하면 팡셔틀은 머리 위의 디저트를 해당 자리로 서빙한다. 이동하다가 사람이나 장애물을 만나도 걱정 없다. 자동 주행 시스템이 내장되어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멈췄다 다시 움직인다. 바리스와 팡셔틀이 있어 라운지엑스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하다.

 

로봇이 내어준 건강한 말차 한 잔, 슈퍼말차 성수

차를 정성스럽게 우리는 명인 대신 로봇이 자리를 지킨다. 로봇의 이름은 ‘말로’. 말로는 일정하고 재빠른 속도로 격불을 한다. 격불(whisking)은 말차를 물에 개어 세밀하고 풍부한 거품을 내는 행위다. 아무 말 없이 격불에 집중하는 말로는 차를 오래 연구한 사람처럼 진중하다.

격불은 말차 음료를 만드는 첫 번째 과정이자 말로의 업무다. 말차를 차완(말차를 담는 세라믹 볼)에 담거나 라테 아트를 하는 등 섬세한 제조는 직원이 하지만, 말차 제조에서 가장 핵심적인 단계인 격불은 말로가 도맡는다.

 

말로의 손끝에는 작은 빗자루 같은 도구가 달려 있다. 말차를 격불하는 도구인 ‘차선(tea whisk)’이다. 말로는 말차와 소량의 뜨거운 물이 담긴 차완에 차선을 살포시 담근다. 차선으로 큰 원을 천천히 그리다가 이내 차선을 빠르게 휘젓는다. 말로가 격불하는 시간은 약 20초. 사람이 격불하는 데 평균 30~40초 걸리는 것에 비하면 40% 이상 시간이 단축되는 셈이다. 격불 속도와 횟수 면에서도 말로가 앞선다. 말로가 제 일을 하는 동안 사람은 음료 베이스를 만들 수 있어 사람이 혼자 음료를 제조할 때보다 시간도 30% 이상 절약된다. 이뿐 아니다. 격불을 마친 말로는 차선을 물에 헹구는 것까지 스스로 해낸다.

 

말로의 노고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다도 문화에서 나온 격불은 명인들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다. 어깨에 힘을 빼고 손목에만 힘을 준 채 차선을 빠르고도 일정한 속도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격불을 오래하면 동일한 힘을 유지하기 힘들뿐더러 사람에 따라 맛도 달라지기 쉽다. 이에 비해 말로는 정확한 속도와 정교한 손목 각도를 유지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슈퍼말차 성수는 말차 전문 온라인 스토어 ‘힛더티’에서 선보이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초록색으로 포인트를 준 가게는 문을 연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말차는 어른들만 먹는 음료’라는 편견을 깨뜨리며 20~30대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커피 대신 건강한 음료를 찾는 이들의 발길도 잦다.

 

▲ 다양한 말차 음료를 선보이는 슈퍼말차 성수  


좋은 재료를 쓰면 맛도 좋을 수밖에 없는 법. 모든 음료에는 최상 등급의 유기농 보성 말차를 쓰고 설탕 대신 천연 감미료로 단맛을 낸다. 가장 잘나가는 음료는 슈퍼말차라테. 말차의 깊은 풍미와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져 건강한 달콤함을 안겨준다. 시그니처 메뉴는 그랜드말차. 식혜에서 영감을 얻은 음료다. 오래 끓인 엿기름에 쌀과 감초, 우유를 베이스로 하고 호박 크림을 올렸다. 할머니가 만든 식혜처럼 정감 가는 맛에 부드러운 호박 크림이 조화롭다. 말로가 내린 말차 한 잔에 입 안 가득 건강한 기운이 스민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